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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5)보험

 

백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위원)

 

 

I. 머리말

 

최근에는 텔레마케팅(Tele-Marketing)과 홈쇼핑과 같은 비대면채널을 통한 보험가입형태가 늘어나다보니 바쁜 일상을 지내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보험료와 편리함에 대단한 매력을 느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보험가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비대면채널을 통해 보험을 가입할 경우 눈과 귀를 통해 보이고 들리는 대로만 보험을 이해하게 되고, 약관조항에 대해 꼼꼼히 살피지 못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는 보험상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앞으로 일어날 사고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을 수 있는 데 이러한 내용에 대해 비대면채널의 경우에는 묻지 않으면 알려주거나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설명의무나 인과관계 등에 대한 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 체결 시 약관의 주요내용 등 보험계약 체결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질문 또는 확인하고 그에 따라 계약유지 시에도 약관조항을 면밀히 살피고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0년도에도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판례들이 나와 소개한다.

 

 

II. 통칙

 

1. 인과관계

 

(1) 보험약관에 정한 보험사고의 외래성과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보험금 청구자) 및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하는지 여부

 

얼마전 부검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싸인(SIGN)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나왔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중 누가 죽게 되는 경우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망원인에 대한 증명책임이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어 사망원인을 반드시 밝혀야만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여서 더욱 흥미로운 이 판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이 사건은 피보험자가 원룸에서 에어컨을 켜고 자다 사망함으로써 피보험자의 가족이 보험금을 청구하게 된 사건이다.

 

그런데 재판부에서는 피보험자가 원룸에서 에어컨을 켜고 자다 사망하였으며, 최근의 의학적 연구와 실험결과에 비추어 볼 때, 문과 창문이 닫힌 채 방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 종류 및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검안의사의 의견과 달리 망인의 사망원인이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망인이 에어컨을 켜 둔 채 잠이 든 것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볼 수 없다고 하였고, 이 사건의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에 망인의 유족이 보험회사 등 상대방에게 사망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2)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와 이러한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시 보험금액 지급책임이 소멸하는지 여부

 

甲씨는 2007년 12월경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S보험회사와 종신보험계약을 맺었으나,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1년 전에 두 차례에 걸쳐 고혈압 진단을 받고 7일치 약을 처방받은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甲씨는 이러한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았고 이후 2009년 피보험자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보험회사에서는 甲씨에게 백혈병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며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甲씨에게 보험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51조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관한 일반적 규정으로 이에 의하면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법 제655조는 고지의무 위반 등으로 계약을 해지한 때에 보험금액청구에 관한 규정이므로, 그 본문뿐만 아니라 단서도 보험금액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불고지·부실고지하면 이로써 고지의무 위반의 요건은 충족되는 반면,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보험사고 발생 시’에 비로소 결정되는 것이므로, 보험자는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상법 제655조 단서에 의하여 보험금액 지급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한 점,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상법 제651조에 의한 계약해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상법 제651조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반면,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사후적으로 인과관계가 없음을 이유로 보험금액을 지급한 후에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계속하여 보험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점, 고지의무에 위반한 보험계약은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보험자가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험계약의 선의성 및 단체성에서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보험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금액청구권에 관해서는 보험사고 발생 후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따라 보험금액 지급책임이 달라지고, 그 범위 내에서 계약해지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25353 판결).

 

 

2. 명시설명의무

 

질문표로 그 해당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명시·설명의무를 다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질문표의 상단에 그 질문사항에 대하여 사실대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이 명백하게 기재되어 있으며, 당시 소외인들에게 질문표 제4항에 기재된 12개 주요 질병 내지 그 소인의 최근 5년 내 보유 여부에 대하여 해당 사항이 있는지 물어보고 해당 사항이 있으면 표시하라고 하였는데, 소외 1이 그 해에 받은 건강진단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답하면서 해당 사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표시하였고, 피보험자의 질병과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의 경우 주요 질병 또는 그 소인의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통상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라면 그 내용과 취지를 쉽게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모집인이 질문표에 의하여 그 해당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39192 판결).

 

 

3. (人)보험의 고지의무

 

최근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있다는 의사 소견을 보험사에 미리 알리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강검진 결과는 질병에 대한 확정적인 진단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인데, 이하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甲은 건강검진을 받고 ‘갑상선 결절’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소견서 내용은 6개월 뒤 ‘추적검사’, 즉 경과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甲은 별다른 증상이 없자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았고, 결국 3년이 지나 갑상선암을 진단받아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보험 가입자가 의사에게 진찰받아 입원하거나 수술한 기록을 보험사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를 어겼다는 게 그 이유이다.

 

건강검진결과 통보 내용에 비추어 甲으로서는 어떠한 질병을 확정적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검진 이후 2년여 동안 별다른 건강상의 장애나 이상 증상이 없었으며 갑상선 결절과 관련된 추가적인 검사나 치료도 받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피보험자 甲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 103356 판결)하였으나, 과거 진단 결과나 병력을 알면서도 일부러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경우는 현행법상 명백한 계약 해지 사유라고 덧붙여 판시하였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등에 가입하는 경우, 보험사는 계약내용을 설명하는 ‘설명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보험 가입자도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를 지켜야 한다. 또 보험기간 중 사고 발생 위험이 현저히 변경 또는 증가한 때에는 이를 통지해야 하는 ‘통지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4. 피고인이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허위 또는 과장하여 보험사고를 신고하거나 고의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 보험금 전체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남편의 폭행으로 인한 사고를 교통사고로 가장한다면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까? 이 사건은 보험사고의 경위를 피고인이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된 사안으로 피고인이 남편의 폭행으로 목을 다쳤을 뿐인데도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다수의 보험회사들로부터 보험금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이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허위로 보험사고를 신고하거나 고의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 보험금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나아가 설령 피고인이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는 사고로 경미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화로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상해를 과장하여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이를 이유로 실제 피해에 비하여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보험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7512 판결)

 

 

5.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각 보험계약에 따라 납부한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각 보험료 납부시)

 

상법은 보험료반환청구권에 대해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를 규정할 뿐(제662조)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소멸시효는 민법 일반 법리에 따라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인 보험계약에 따라 납부한 보험료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보험료를 납부한 때에 발생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보험료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보험료를 납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본 사례이다(대법원 2011. 3. 24. 2010다92612 판결).

 

 

6. 상법 제644조 소정의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의 의미

 

- 보험금의 지급이 되더라도 사고 전 계약 맺은 보험은 유효하다.

 

본 사건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이미 근긴장성 근이양증(이하 ‘근이양증’이라고 함)의 증세를 보였고, 근이양증이 발병한 이상 보험사고인 제1급 장해의 발생을 피할 수 없으며, 근이양증으로 인하여 건강상태가 일반적인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로서, 보험금 지급이 뻔히 예상되더라도 실제 사고가 나기 전에 보험계약을 맺었다면 계약은 유효한 것이라는 것(대법원 2010. 12. 21. 2010다66835 판결)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때에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사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상법 제644조를 적용하여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7. 상법 제651조에 정한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의 의미 및 같은 법 제651조의2에서 규정하는 ‘서면’에 보험청약서도 포함되는지 여부와 이에 기재된 질문내용의 해석 방법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의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평가되는 사항을 말한다.

 

한편 보험자가 계약 체결에 있어서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된다. 따라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보험청약서에서 답변을 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에 관한 것인가는 결국 보험청약서에 기재된 질문내용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고, 그 해석은 그 질문내용에 의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부담하게 되는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의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상해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청약서에 기재된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방사선, 건강진단 등)를 받았거나 계속하여 7일 이상의 치료 또는 30일 이상의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동일한 병증’에 관하여 7일 이상의 계속 치료 등을 받은 일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동일한 병증’인지 여부는 그 병증의 원인, 경과, 구체적 발현증상, 치료방법, 그에 대한 의학 등에서의 질병분류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정하여져야 하므로, 그 증상이 신체의 여러 부위에 나타남으로써 그에 대한 치료가 그 각 발현부위에 대하여 행하여졌다는 것만으로 이를 ‘동일한 병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에 대한 치료가 ‘기타 다발성 관절증’이라는 단일한 질병의 진단 아래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단지 치료부위가 여러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치료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59688, 59695 판결).

 

 

. 상해보험

 

보험의 목적이 상당 부분 중복되고 발생한 사고가 그 중복되는 피보험이익에 관련된 보험사고에 해당된다면, 두 개의 책임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은 그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중복보험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책임보험계약과 제2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甲과 제2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乙의 공동불법행위로 피해자 丙이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제1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가 丙에 대한 보험금의 지급으로 甲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다면, 제1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는 지급한 보험금 중 보험약관 및 상법 제672조 제1항에 따라 각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라 산정한 제2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의 보상책임 부분에 대하여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다만 한쪽 구상권으로부터 만족을 얻을 경우 다른 구상권의 범위는 위와 같이 만족을 얻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출재액 중 다른 구상권에 의한 구상채무자의 부담 부분으로 축소되는 관계에 있을 뿐이며, 두 개의 책임보험계약이 보험의 목적, 즉 피보험이익과 보험사고의 내용 및 범위가 전부 공통되지는 않으나 상당 부분 중복되고, 발생한 사고가 그 중복되는 피보험이익에 관련된 보험사고에 해당된다면, 이와 같은 두 개의 책임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은 피보험자, 피보험이익과 보험사고 및 보험기간이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상법 제725조의2에 정한 중복보험에 해당한다. 이 경우 각 보험자는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른 보상책임을 연대하여 진다고 판시(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42819 판결)하였다.

 

 

. 자동차보험

 

1. 손해배상책임보험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이나 면책약관의 적용 여부 등을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가려야 하는지 여부

 

자동차종합보험과 같은 이른바 손해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것이므로, 보험자의 보상의무는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을 그 전제로 하는 것이고, 한편 자동차보험에서 동일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복수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피보험이익도 피보험자마다 개별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니만큼 각각의 피보험자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이나 면책약관의 적용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가려 그 보상책임의 유무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10. 12. 9. 2010다70773 판결)하였다.

 

 

2. 보험사업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10년)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1999. 2. 5. 법률 제57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은 보험가입자 등(의무보험에 가입한 자와 당해 의무보험 계약의 피보험자)이 아닌 자가 같은 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 정부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같은 법 제14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은 정부가 자동차의 보유자를 알 수 없거나 무보험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피해자의 손해를 책임보험의 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보상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뺑소니 자동차 또는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교통사고의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면서 법률상 가입이 강제되는 자동차책임보험제도를 보완하려는 것이지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차량이 가입한 책임보험의 보험자로부터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을 위탁받은 보험사업자로부터 또다시 피해보상금을 수령한 것을 원인으로 한 위 보험사업자의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하여는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결(2010. 10. 14. 선고 2010다32276 판결)이다.

 

 

3.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손해가 확대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손해를 안 날’이라 함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가 있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 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가해자의 보험자가 피해자의 치료비를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06. 12. 28. 법률 제81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단서, 제1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손해배상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인 손해에 한정하여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판례(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이다.

 

 

2011-9-1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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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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