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사건이라도 하급심 판결 엇갈리는 경우 대법원, 법령해석 통일위해 직권 판단한다
상고제한으로 엇갈린 판결 그대로 확정되는 불합리 해소
2004-08-27 법률신문
소액사건이 하급심 재판부간에 쟁점 법령에 대한 해석이 달라 판결 결과가 엇갈리는 경우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의 상고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소액의 민사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소액사건심판법은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 및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만 상고를 허용, 그동안 상고이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소액사건의 상고이유를 사실상 완화함에 따라 앞으로 당사자들은 통일된 법해석에 따른 적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엇갈린 하급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는 불합리한 경우도 사라지게 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柳志潭 대법관)는 지난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남편 운전의 화물차에 동승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보험가입자 최모씨에게 치료비 5백여만원을 지급한 뒤 차량의 책임보험 가입사인 신동아화재(주)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2003다1878)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액사건에 있어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인 다수의 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돼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해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사건을 종결하고 만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며 “이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소정의 소액사건에 관해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에 있어서의 잘못에 관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1항의 ‘제3자’는 당해 사고로 인해 보험급여를 한 공단과 현실로 보험급여를 받는 피해자인 가입자 및 그 피해자와 건강보험관계가 있는 자 이외의 자로서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모든 사람을 말하며, 그 제3자에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법률의 규정 또는 계약에 의해 당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자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교통사고의 가해자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책임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은 피해자가 책임보험자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의 권리이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9조1항 및 상법 제724조2항에 의해 피해자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책임보험자는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1항의 제3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제3자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책임보험의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1항 소정의 ‘제3자’가 아니라면 그의 책임보험자 또한 ‘제3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00년7월 남편 강모씨가 운전하는 화물차를 타고 포항시 인근 도로를 지나던 중 남편 강씨가 교각을 들이받는 바람에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지역보험 가입자 최모씨에게 5백12만여원을 보험급여로 지급한 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를 근거로 강씨와 자동차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내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남편 강씨는 법조항의 ‘제3자’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그 책임보험자인 피고 역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