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⑦ 형법총론

 

■ 기고문은 2013.3.21. 법률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1. 거듭된 법령개정과 죄형법정주의 (2012. 9. 13. 20127760, 2012, 1718)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 2조는 각종 성범죄를 특정강력범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특강법상 강간치상죄(강제추행치상죄 포함)에 대해 일련의 조문 변화가 있었다.
1991
년 말 제정 당시 특강법은 단순강간치사상죄를 특정강력범죄로 규정하였다. 1995년 말 형법개정시 강간상해·치상죄와 강간살인 ·치사죄가 분리되었다. 2010 3월 정부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특강법이 개정·시행되었다. 이때 형법개정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조문의 정비가 이루어졌고, 해당 부분이‘… 및 강간치사상의 죄’로부터‘…, 강간상해·치상 및 강간살인·치사의 죄’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이 변화로 인해 ‘흉기 휴대 등’이라는 가중사유가 ‘및’ 앞의 '강간상해·치상’부분에까지 걸리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
2010
10 18일 대법원은 개정 조문에 대해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엄격해석론을 전개하여 단순강간치상죄를 특정강력범죄에서 제외하는 판례(20107997)를 내어놓았다. 2011 3월 국회는 대법원판례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특강법을 다시 개정·시행하였다. 개정 특강법은 단순강간상해·치상죄를 ‘흉기 휴대 등’이라는 가중사유 앞에 위치시켜서 처음부터 단순강간상해·치상죄가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갑은 2001년 단순강제추행치상죄를, 2002년 단순강간치상죄를 각각 범하였다. 2007년 갑은 위 범죄들의 형을 복역하고 출소하였다. 3년의 누범기간 내인 2009년 갑은 단순강간치상죄를 범하였다. [2012] 검사는 갑을 단순강간치상죄로 기소하였다. 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갑의 범행이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강법의 단기누범가중 규정을 적용하여 형을 선고하였다. 갑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범죄행위 시와 재판 시 사이에 여러 차례 법령이 개정되어 형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이 점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그 전부의 법령을 비교하여 그 중 가장 형이 가벼운 법령을 적용하여야 하므로, [2010. 3.] 특강법 개정 전에 이루어진 단순 강간행위에 의한 상해·치상의 죄는 2011. 3. 7. 특강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죄형법정주의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강법은 특정강력범죄에 대해 단기누범가중(동법 제3)과 집행유예 결격사유의 확장(동법 제5) 등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단기누범가중이 인정되어 처단형의 하한이 2배로 가중되면 법원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원래 법정형의 하한 아래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단순강간치상죄와 관련한 특강법 제2조의 관련 부분은 포함, 불포함, 포함의 순서로 개정되었다. 본 판례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첫 번째의 특강법 포함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위시와 재판시의 법령 가운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법령을 적용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특강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본 판례의 기준에 따를 때, 2011 3월의 특강법 개정조문은 이 조문 시행 이후에 일어난 단순강간상해·치상죄 사안들에 대해서만 적용될 것이다.
본 판례는 사법부의 판단을 입법자가 법률개정의 형태로 극복할 수 없는 이례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의 판단은 당연하고도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2.
보안처분과 죄형법정주의 (2012. 3. 22. 201115057 전원합의체 판결, 2012, 722)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 그 습벽이 인정되고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대상이 된다.
1999
년 갑은 강간치상의 사안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2010년 검사는 갑을 ㉯상해, ㉰강도상해, ㉱강간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 검사는 그와 함께 ㉮와 ㉱사건을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하였다(이하 전자장치 부분만 고찰함). 1심은 ㉮소년보호처분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의 신청을 기각하였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9 3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을 내세워 소년보호처분은 성폭력범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소수의견은 성폭력범죄의 습벽 판단에는 소년보호처분도 고려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 따라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피부착명령청구자가 2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범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을 고려할 것이 아니다.
(3)
판례평석
최근에 성폭력범죄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보안처분이 도입되고 있다. 본 판례는 보안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해 형벌법규와 마찬가지로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엄격한 해석방법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예로서 주목된다.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로 피고인 보호가 소홀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본 판례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생각된다.

3.
교특법 특례와 직접적 원인관계 (2012. 3. 15. 201117117, 2012, 616)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신호등이 적색일 때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정지를 해야 한다. 갑은 택시를 운행하여 적색신호등이 켜진 M교차로 앞 횡단보도에 이르렀다. 그 순간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갑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였다. 한편 같은 시각 갑의 진행방향 좌측으로부터 우측으로 황색신호에 A가 승용차를 운전하여 M교차로를 진행하였다. 이로 인해 갑 택시 범퍼 부위로 A의 승용차 오른쪽 뒤 문짝 부분을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A가 부상을 입었다. 갑의 택시는 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검사는 갑의 신호위반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상 특례규정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갑을 교특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1심법원은 갑의 신호위반이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하였다. 검사는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교특법 관련규정에] 의하면 신호기에 의한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는 위 특례법 제4조 제1항 소정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여기서 신호기에 의한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라 함은 신호위반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를 말한다.
(3)
판례평석
교특법 제4조는 보험 등에 가입한 차량의 사고에 대해 공소제기를 할 수 없게 하는 특례를 규정하면서, 중대한 교통규칙 위반행위를 특례적용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예외사유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판례는 소위 ‘직접적 원인관계’라는 법리를 발전시키고 있다. 직접적 원인관계는 특례조항의 적용범위를 때로는 확장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축소하기도 한다.
결과적 가중범의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독일 형법학의 영향 아래 ‘직접적 인과관계’라는 이론이 우리 학계에서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교특법의 특례조항은 우리 입법자가 창안한 것이므로 외국의 학설에서 판단기준을 차용해 올 수 없고, 우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기준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인과관계의 분야에서 ‘직접적 원인관계’의 법리가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신호위반 사고와 관련하여 ‘직접적 원인관계’라는 판단기준과 사실관계의 분석에 입각한 결론만을 제시하고 있다. 비슷한 판단방식은 예컨대 횡단보도 사고를 다룬 2011. 4. 28. 200912671 판례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안의 유형화 작업과 함께 앞으로 ‘직접성’에 대한 대법원의 보다 구체적인 판단기준 제시가 기대된다.

4.
성범죄에 대한 대책과 고의의 입증 문제 (2012. 8. 30. 20127377, 2012, 1650)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A
는 만 12 6개월인 여자중학교 1학년생으로 동급생에 비하여 큰 편에 속하는 체격을 가지고 있다. 갑은 처음 만난 A를 모텔로 데리고 가서 강간하였다. 검사는 갑을 성폭력처벌법위반죄(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로 기소하였다. 갑은 범행 당시 A 13세 미만 미성년자임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갑의 피고사건은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에 계속되었다.
항소심법원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인 이상 그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더라면 강간행위로 나아가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 피고인에게 적어도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죄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라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한 강간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실을 몰랐다고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다른 범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의하여 그 입증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죄의 고의 유무를 다루고 있다. 본 판례의 구체적인 논점은 고의의 입증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본 판례를 2011년에 나온 20115813 판례와 대비해서 보면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2
년 개정되기 전의 전자장치부착법은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를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2012년 개정법은 ‘19세 미만의 사람’으로 피해자의 범위를 확장함). 2011. 7. 28. 20115813 판례에서 대법원은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란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저지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6세 미만의 사람인 것을 말하고, 더 나아가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라는 점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성범죄에 대한 형벌 이외의 대처방안에 대해 대법원은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일반원리들을 벗어나는 판단기준들을 계속하여 내어놓고 있다. 20115813 판례도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관한 한 ‘16세 미만의 사람’이라는 행위객체에 대한 인식이 아예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16세 미만의 사람’이라는 요건이 고의의 인식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검사는 이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13세 미만 미성년자’라는 행위객체에 대해 인식과 그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양자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생각건대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관한 한 ‘16세 미만의 사람’이라는 행위객체에 대한 인식이 필요 없다는 20115813 판례는 대법원이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보안처분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부과하는 형벌 이외의 제재장치이다.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위법하다는 평가가 내려지지 아니한 행위에 대해서는 보안처분을 제재로서 부과할 수 없다. 일반적인 행정처분 등에 의하여 사태에 대처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정신보건법에 의한 각종 수용처분이다.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자에 대해 보안처분을 부과하려면 피해자가 일정 연령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점에 대해 고의가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행위객체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구성요건적 고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구성요건적 고의가 없으면 구성요건해당성이 부정되어 위법성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 논리적 결과로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같은 보안처분도 부과할 수 없다.
혹자는 본 판례에서 논란된 미필적 고의의 문제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의 형벌 부과와 관련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관한 20115813 판례와 무관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성요건적 고의는 형벌 부과와 보안처분 부과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전제조건이다. 본 판례를 계기로 20115813 판례의 태도가 수정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5.
변호사 변론행위의 한계 (2012. 8. 30. 20126027, 2012, 1641)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A
는 휴대전화 문자발송 사기 범행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갑은 변호사이다. A B에게 B가 문자를 발송한 것처럼 허위로 자백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A B 사이에 허위자백을 하는 대가로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 변호사 갑은 A로부터 B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A B 사이에 합의가 성사되도록 도우면서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검사는 갑을 범인도피교사죄로 기소하였다. 1심을 거친 후, 항소심은 갑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었다는 이유로 범인도피방조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자신의 행위가 변호인의 변론행위 내의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변호인의 변론행위와 관련한 정당행위의 한계에 대해 다음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변호인이 보호해야 할 피의자·피고인의 이익은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된다. () 변호인 자신이 적극적으로 허위진술하는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허위진술하게 하는 행위 또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본 판례는 이와 같은 법리제시 이외에 변호사의 윤리위반 행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법조윤리교육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일깨워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6.
소송사기와 불능범 (2012. 11. 15. 20129603, 2012, 2098)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A
K로부터 M토지상의 빌라 신축공사를 도급받았다. A는 공사의 일부를 B에게 하도급하였다(금액 2750만원). K A와의 공사계약을 해제하였다. 갑은 B로부터 하도급 공사대금 채권을 양수하였다. 갑은 A, B와 짜고 공사대금 2460만원짜리 하도급계약서를 소급하여 작성하였다. 갑은 이 하도급계약서를 근거로 A를 상대로 67천만원의 ㉮지급명령을 청구하였다. A의 이의제기가 없어 ㉮지급명령은 확정되었다.
갑은 ㉮지급명령을 근거로 K M토지에 대해 유치권에 기한 경매를 관할법원에 신청하여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M토지 소유자 K는 이의신청을 하였고, 심리과정에서 하도급공사의 적정 공사대금은 46백만원으로 판명되었다. 이로써 배당금을 많이 받아내려던 갑의 시도는 무산되었다.
검사는 갑, A, B를 사기미수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다. 1심 후,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 등은 불복 상고하였다. 갑 등은 유치권 대상 채권의 존부와 규모는 본안 사안이므로 처음부터 경매법원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어 불능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유치권에 의한 경매를 신청한 유치권자는 일반채권자와 마찬가지로 피담보채권액에 기초하여 배당을 받게 되는 결과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 채권을 실제와 달리 허위로 크게 부풀려 유치권에 의한 경매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채권액에 의하여 경매를 신청한 경우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이는 법원을 기망하여 배당이라는 법원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는 행위로서, 불능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소송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소송사기와 불능범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본안소송에서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불능범에 해당하여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20058105). 또한 대법원은 본안사건과 보전소송사건의 관계에 대하여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추심)명령을 신청한 경우, 집행력 있는 정본의 존부, 집행개시의 요건 구비 여부 등은 법원의 심사대상이지만 피압류채권의 존부는 그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바가 있다(20099982).
이와 같이 본안 사건과 기타 사건이 분리된다면 본 판례의 사안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 피고인의 주장도 유치권의 근거가 되는 하도급공사대금 채권은 본안 사안이므로 경매사건과는 무관하여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불능범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담보채권을 실제와 달리 허위로 크게 부풀려 경매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채권액에 의하여 경매를 신청한 경우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불능범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본 판례는 본안 사건과 기타 사건 사이의 형식적 분리를 넘어서서 사기죄의 결과발생 가능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7.
단독정범과 공범의 구별 (2012. 5. 10. 201013433, 2012, 1037)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조세범처벌법은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갑은 사업자등록 없이 의류임가공업체인 P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갑은 사업자등록이 있는 Q편물의 명의를 가지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검사는 갑을 조세범처벌법위반죄의 단독정범으로 기소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조세범처벌법위반죄(허위세금계산서교부)의 정범적격을 사업자등록이 있는 자로 한정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다음, 원심에 사업자등록 있는 자로부터 위임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가 제3자의 위임을 받아 제3자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그 제3자를 공급하는 자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경우에는, 3자가 위 세금계산서 수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가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한 이상 구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의2 4항 제1호…… 범행의 정범이 되고,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는 가담 정도에 따라 그 범행의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이 될 수 있을 뿐 그 범행의 단독정범이 될 수 없다.
[사업자등록증 있는 제3자가]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위임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형법상 문서위조죄 등의 죄책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3)
판례평석
본 판례는 정범과 공범의 구별기준을 생각하게 해 주는 예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이 조세범처벌법상의 허위세금계산서교부죄를 사업자등록 있는 자에 대한 의무범으로 포착하고, 정범적격을 사업자등록 있는 자로 한정한 부분은 주목된다. 본 판례는 피고인이 일견 실행정범이라고 생각되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적용되는 특별구성요건과의 관련 하에 정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8.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법적 성질 (2012. 5. 24. 20122763, 2012, 1198)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명령과 고지명령 제도를 도입하였다. 공개명령은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고, 고지명령은 거주지의 학부모나 아동 청소년 시설 등에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청법은 예외사유의 하나로 피고인이 아동 청소년인 경우를 들고 있다.
19
세 미만의 갑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하여 여자 청소년 A를 알게 되었다. 갑은 협박문자를 보내어 A에게 겁을 준 다음 A로 하여금 성적 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갑의 휴대폰으로 전송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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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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