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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0) 형사소송법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I. 머리에

형사소송법만큼 정치·사회와 민감한 동거를 하는 법도 없을 듯하다. 건국 이후 우리 형사소송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토대형성기(1948~1973), 통제적 형사소송기(1973~1987), 보장적 형사소송 맹아기(1987~1995), 보장적 형사소송 형성기(1995~현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2007년 개정은 보장적 형사소송이 구현된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에도 개정이 있었는데, 판결서에 기소검사 기재, 확정판결서와 기록의 공개, 압수·수색, 검경 수사권 등이 주요내용이다.

2007년 개정은 인권보장이라는 확실한 방향성이 지도하였고 2011년 개정도 큰 틀에서는 같은 선 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편, 2011년에는 성범죄를 중심으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처벌에 무게가 실리는 입법들이 있었다. 또한 영화가 제도에 미치는 힘을 확인한 해이기도 하다.

이 글은 이러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2011년 선고된 형사소송분야 판례의 주요 흐름을 살펴본다(이하 ‘법’은 ‘형사소송법’을 지칭).

II. 수사법

1.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가. 판결요지 (대법원 2011. 5. 26.자 2009모1190 결정)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영장사유로 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혹은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할 수 있으나 이를 허용하는 내용이 영장에 기재되어 있고 실제 그와 같은 사정이 있는 때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나아가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출력하거나 복사하는 대상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고, 피압수·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의 계속적인 참여권 보장,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배제된 상태에서의 저장매체에 대한 열람·복사 금지, 복사대상 전자정보 목록의 작성·교부 등 왜곡, 훼손, 오·남용, 임의복사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 판결의 의미

압수의 대상은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이라 규정되어 있다(법 제106조). 여기서 전자정보 자체가 압수의 대상인가를 둘러싸고 종래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판결은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관하여 종합적인 기준, 즉, (i) 관련부분만의 압수, (ii) 출력물이나 복사에 의한 압수 원칙과 예외적인 저장매체 압수(직접압수, 하드카피, 이미징), (iii) 예외적인 경우 수사기관에서 출력·복사함에 있어 관련부분 한정 및 절차적 요건 준수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판결이 있은 후 2011. 7. 18. 법 제215조와 제106조가 개정되었는데 이 개정은 대체로 이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입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정법은 정보저장매체의 압수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일견 정보자체의 압수대상성을 부정하고 저장매체를 압수대상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출력·복사를 원칙적인 압수방법으로 함으로써 압수대상물과 압수방법에 이론적 불일치가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불일치를 조화롭게 해석하는 방법론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출력·복사 원칙이 수사현실에 비추어 적정한 요구인지 여부에 관한 실증적 검토에 그 핵심이 있다. 인권보장과 실체발견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내어야 하는 영역이다.

2. 공소제기 후 강제처분

가. 판결요지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0412 판결)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그 피고사건에 관하여 검사로서는 법 제215조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그럼에도 검사가 공소제기 후 법 제215조에 따라 수소법원 이외의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하였다면, 그와 같이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나. 판결의 의미

수사기관은 법 제215조에 따라 지방법원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소제기 후에도 이 조문에 근거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종래 긍정설, 부정설, 예외적 긍정설(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법 제273조나 제183조에 의한 증거조사를 이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긍정)이 있었다. 이 판결은 그 중 부정설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판결이 이러한 결론에 이른 데에는 현행법은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를 그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소제기 후에는 그 피고사건에 관한 형사절차의 권한이 수소법원의 권한에 속하게 되고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처분은 원칙적으로 수소법원이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거가 바탕에 있다.

이 판결은 또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확립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리(원칙적 배제)를 따르면서 예외인정을 엄격히 하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을 재확인하고, 위와 같이 획득한 증거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이 판결에 따르면 검사로서는 수소법원의압수·수색에 관한 직권발동을 촉구하거나 법 제272조의 사실조회절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은 압수·수색에 대한 요건을 엄격히 하고 법원의 통제를 강화하는 종래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공소제기 후에는 법 제215조에 의한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다. 또한 압수·수색절차의 위법이 판사의 영장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3. 기타

그 밖에 주요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11도4451등 판결 : 법정대리인이 고소취소로는 부족하고 피해자 본인의 고소까지 취소되어야 한다. (2)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9도9112 판결 : 환송 후 제1심판결 선고 전에 한 고소취소는 적법하다. (3)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7724 판결 : 특별한 규정 없는 한 일반사법경찰관리도 특별사법경찰관리의 분야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 (4)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 피의자 아닌 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5)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 허위진술, 증거은닉, 허위증거 제출로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증거를 조작·제출하여 수사를 하더라도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면 범죄가 성립한다. (6)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12927 판결 : 수사기관이 체포된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경우 구속영장 청구시한인 48시간은 체포시가 아니라 인도받은 때부터 기산한다. (7)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 2011. 5. 13. 선고 2009도10871 판결 : 피의자의 혈액을 동의나 영장 없이 채취함은 위법이고 이에 기한 감정서는 증거동의하여도 증거능력 없다.

III. 증거법

1.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주장적격

가. 판결요지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나. 판결의 의미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2007년 형사소송법에서 명시되고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합적으로 정리된 이래 확립된 법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위법수사의 당사자만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주장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위법수집증거라도 제3자에 대하여는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고 또 모든 주가 연방대법원의 법리를 따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어 왔다.

대법원은 이미 진술거부권 고지 없이 취득한 공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여 오고 있었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2010. 5. 27. 선고 2010도1755 판결). 그러나 공범이 아닌 제3자에게 이러한 법리가 확장되는지에 관하여는 명백한 판시가 없었다. 이 판결은 사실상 불법체포한 성매매 당사자인 A, B로부터 작성받은 자술서와 진술조서가 A의 업주인 D에 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 사례이다. 이 판결은 위법수사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공범이든 아니든)도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를 주장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2. 자백의 임의성에 관한 증명방법

가. 판결요지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나. 판결의 의미

임의성을 다투는 경우 검사에게 임의성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음은 일찍부터 판례가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3248 판결). 그러면서도 판례는 진술의 임의성이 추정된다고 하여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경우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이나 검사에게 주장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였다(위 판결). 그리하여 단지 임의성이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고문 등 구체적 사실을 들어야 하며 이에 의하여 임의성에 합리적이고 상당한 정도의 의심이 있을 때 비로소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돌아간다고 하였다(대법원 1984. 8. 14. 선고 84도1139 판결).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히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고 임의성 유무는 법관이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한 것(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도2048 판결, 1994. 11. 4. 선고 94도129 판결)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이론적인 위안은 얻었을지 몰라도 증명책임을 사실상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실제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그러다가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그리고 이 법리는 그 후 여러 판례에 의하여 확인되어 왔다(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2002. 10. 8. 선고 2001도3931 판결, 2005. 11. 10. 선고 2004도42 판결). 이는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이론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4720 판결은 종래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판시를 부활시켰고 위 가.에서 본 판결(2009도1603)은 이를 재차 확인하였다. 사실 이러한 판시는 그 동안에도 불씨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는데(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2001. 2. 9. 선고 2000도1216 판결,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2004. 10. 28. 선고 2003도8238 판결), 2011년에 두 차례에 걸쳐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형성되어 명맥을 이어오던 법리를 다시 살렸다는 점에서 대단히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자유로운 심증과 증명책임 사이에 이론상으로는 아무런 모순이 없는 듯 보이지만, 위 두 방향의 법리가 가져오는 현실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기타

그 밖에 주요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6507 판결 :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검사가 입증하여야 한다. (2)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2453 판결 : 뇌물죄에서의 수뢰액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 (3)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0412 판결 : 위법수집증거임에도 증거능력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이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4)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809 판결 : 검찰관이 형사사법공조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작성한 진술조서가 위법수집증거는 아니지만,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임의수사로서 직접 서명·무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5)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7081 판결 : 전문진술이나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6)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도7497 판결 : 사인이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는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그대로 복사된 사본이라는 점과 원진술자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 내용이 진술한 대로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IV. 재판법

1. 재정신청에 대한 불복

가. 결정요지 (대법원 2011. 2. 1.자 2009모407 결정, 미간행)

법 제262조 제2항, 제4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따른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재정신청기각 또는 공소제기의 결정에 불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재정신청이 법률상의 방식을 준수하였음에도 법원이 방식위배의 신청이라고 잘못 보아 그 신청이유에 대한 실체 판단 없이 형식적인 사유로 기각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

나. 결정요지 (헌재 2011. 11. 24. 2008헌마578, 2009헌마41·98(병합))

법 제262조 제4항의 “불복할 수 없다”는 부분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에 법 제415조의 ‘재항고’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다. 결정의 의미

2007년 개정 전에는 재정결정에 대하여 “항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는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기각결정에는 법 제415조의 재항고가 가능하지만 부심판결정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7. 11. 20.자 96모119 전원합의체 결정 등). 2007년 개정으로 현행법은 “불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게 되었는데, 이에 관하여 불복허용설(법 개정 전 판례와 같이 기각결정에 대하여 허용), 불복불허설(다수설), 예외적 허용설(민사소송법 제449조의 특별항고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불복허용)이 있다. 대법원은 기각결정이든 인용결정이든 불복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개정법의 취지라 하여 불복불허설의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는 판결을 한 바 있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도224 판결, 다만 이는 본안사건에서 공소제기결정을 다툴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재정신청을 기각하는 사유는 법률상 방식 위배(형식적 사유)와 이유 없음(실체적 사유)의 두 가지인데(법 제262조), 위 가.결정은 그 중 전자에 관한 불복을 허용한 것이다. 이 판시는 그 후 대법원 2011. 2. 28.자 2009모921 결정, 대법원 2011. 6. 13.자 2009모482 결정에 의하여 재차 확인되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위 나.결정을 통하여 형식적 사유인 여부를 묻지 않고 기각결정에 대한 법 제415조의 재항고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였다(주문은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이유와 함께 보면 공소제기결정에 대한 불복금지에 대한 위헌판단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라 해석된다). 이에 비하여 대법원은 형식적인 사유로 기각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고 하여 실체적 사유의 경우에는 여전히 재항고를 금지한다는 취지로 이해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다른 면이 있다(다만, 헌법재판소의 위 나.결정은 위 가.결정 및 2009모921 결정을 인식하고서도 대법원이 불복허부에 관하여 명시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없다고 설시하였다).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어 대법원이 위 헌재결정을 구속력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위와 같은 결정들이 있기 전부터도 대법원은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사실상 실체적 판단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 현실적으로는 큰 충돌이 없이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명확한 법리적 해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 위헌결정의 소급효

가. 판결요지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5605 판결)

형벌조항의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은 비형벌조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경우,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과 형사법하에서 형벌이 가지는 특수성에 비추어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그에 따른 재심청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률의 문언에 반하여 해석으로 그 소급효 및 피고인의 재심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할 것이고, 그에 따른 현저한 불합리는 결국 입법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판결의 의미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가 없지만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소급효가 있음은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바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당해 법률의 적용을 받는 사람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하는 경우에는 형벌조항이라도 소급효가 없다는 법리가 종래부터 인정되어 왔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등,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등). 나아가 형벌조항이라도 원래는 합헌이었거나 위헌성이 명백하지 않다가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로 말미암아 비로소 위헌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위헌결정의 전면적인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적 정의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위헌결정(헌재 2009. 1. 26. 2008헌바58등)의 소급효에 대하여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였다. 다만, 하급심 판결 중에 소급효를 인정한 예가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6. 24. 선고 2009재고합10 판결).

이 판결의 사안은 헌재 2006. 4. 27. 2006헌가5 결정이 위헌 선언한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에 관련된 것으로서, 위 조항은 그 전에 합헌 결정된 바 있었다(헌재 2005. 6. 30. 선고 2004헌바4등). 이 판결은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행법하에서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으로 이를 제한할 수는 없고 그러한 불합리는 결국 입법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

한편, 헌재 2009. 9. 24. 2008헌가25 결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0조 본문의 옥외집회’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선언을 하면서 위 조항들은 2010.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한 바 있는데, 위 시한까지 개정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은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이 선언되고 개정시한까지 개정되지 않은 위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도10960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적용중지를 명하면서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법률조항에 관한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에서 이미 확인된바 있는 법리를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결정에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소급효가 개정시한이 지난 후에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분명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위 2008도7562 판결의 별개의견(개정시한 다음날부터 실효)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헌법불합치결정을 위와 같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다시 이 판결(2010도5605)로 돌아와 보건대, 이 판결에서 대법원이 아쉬워했던 부분은 헌법불합치결정의 존재가치를 존중해주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3. 기타

그 밖에 주요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도7375 판결 : 즉결심판에는 공소장일본주의가 배제되며 이에 대한 정식재판절차에도 같다. (2)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8도10116 판결 :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의 공소사실은 최소한 그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의 주체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그 업무가 보호객체인 업무에 해당하는지가 특정되어야 한다. (3)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 인근소란 등의 범칙행위와 칼을 휴대하여 신체를 상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은 동일성이 없다. (4)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도11994 판결 : 자신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증인은 공범에 대한 피고사건에서 증언을 거부할 수 없고, 이는 그 증인이 재심을 청구하거나 청구할 예정인 경우도 같다. (5)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14928 판결 : 민사소송절차에서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며, 따라서 고지 없어도 위증죄가 성립할 수 있다. (6)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도4558 판결 :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 전 청구에 따라 선정된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항소이유서 미제출을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는 것은 위법하다. (7)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고 법령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재심판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8)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음에도 배제결정도 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다. (9)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오1등 판결 : 법원이 특정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는 때에만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할 수 있다. (10)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6939등 판결 : 제1심 ‘징역 15년 및 5년 동안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인데 항소심 ‘징역 9년, 5년 동안의 공개명령 및 6년 동안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11) 대법원 2011. 6. 14. 자 2011인마1 결정 : 인신보호기각결정을 피수용자의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한 송달은 부적법하다. (12) 헌재 2011. 3. 31. 2010헌마312 : 헌법재판소의 기소유예처분 취소결정에 따라 검사가 사건을 재기한 후 아무런 추가 수사없이 죄명을 방조로 변경하여 다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결정의 기속력에 위배된다.

Ⅴ. 맺으며

형벌강화의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2011년 형사소송분야의 판례들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모두 기본권을 강조하는 기존의 노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새로운 법현상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과 다소 엄격성을 후퇴시킨 부분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형사절차를 향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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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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