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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1) 상법

 

김홍기 교수(연세대 로스쿨)

Ⅰ. 변호사가 상법상의 상인에 해당하는지(대결 2011.4.22., 2011마110)(변호사는 상법상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음)

1. 사실관계

변호사인 甲은 의뢰인 乙을 상대로 소송대리위임계약에 따라서 성공보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약정금 소송’)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원심법원은 이 사건 약정금 소송은 변호사인 甲이 그 영업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의 변제를 구하는 것이므로, 관할법원은 甲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아니라 甲의 영업소(변호사 사무소)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라고 판단하였다.

2. 결정요지

대법원은 원심결정을 파기하였다. 소송대리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금 지급채무는 민법 제467조 제2항 단서에서 의미하는 ‘영업에 관한 채무’라거나 혹은 변호사 사무소가 위 조항에서 의미하는 ‘영업소’라고는 볼 수 없으며, 변호사는 상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3. 평석

최근에 들어서 변호사의 상인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 업무의 현실적인 영리성을 감안할 때 상인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도 변호사의 상인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심결정 역시 이러한 연장에 있다. 그러나 원심결정은 찬성하기 어렵다. 변호사의 상인성을 논함에 있어서는 변호사 업무의 사실상 영리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호사의 상인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얻는 것이 없는 반면에 잃는 손실이 많다면 굳이 상법을 적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상인성을 논함에 있어서는 그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비교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변호사는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위임인과의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소송대리등을 수행한다. 이를 반영하여 변호사법을 비롯한 관련법규에는 변호사 활동의 공익성, 윤리성을 반영하는 상당수의 규정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들이 선언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변호사 업무는 일반적인 상인의 영리활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변호사 활동의 속성을 감안할 때 간이·신속성, 외관이 중시되는 상법을 적용할 필요성이 그다지 강하게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상법은 일반 민사거래에 적용되는 민법의 특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데, 변호사의 활동과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업활동의 원활과 촉진을 위한 특별법인 상법을 적용할 사회경제적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변호사의 상인성을 인정하고 상법을 적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보다는 공익성, 윤리성의 손상 등 잃게 되는 손실이 더욱 크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도 변호사 직무가 통상적인 영업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Ⅱ. 영화제작사(위탁자)와 영화배급사(준위탁매매인)의 채권자 간의 관계에 있어서 부금채권(위탁물)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대판 2011.7.14., 2011다31645)(위탁매매계약인지는 계약의 명칭을 떠나서 실질을 중시하여 판단)

1. 사실관계

X(영화제작사)는 A(영화배급사)와 이 사건 영화의 국내배급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자신의 명의로 B(극장사업자)와 영화상영계약을 체결하였고 B에 대하여 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A는 자신의 채권자인 Y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위 부금채권을 Y에게 양도하였다. X는 위 부금채권은 X의 소유라는 이유로 Y를 상대로 채권양도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어떠한 계약이 일반매매계약인지 위탁매매계약인지는 계약의 명칭 또는 형식적인 문언을 떠나 그 실질을 중시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준위탁매매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위탁물에 해당하는 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준위탁매매인은 위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권리자로 양도한 것이고, 양수인이 그 채권을 선의취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자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3. 평석

1) 상법은 위탁매매를 비롯한 주선행위의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여, 위탁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유가증권 또는 채권은 위탁자와 위탁매매인 또는 위탁매매인의 채권자간의 관계에서는 이를 위탁자의 소유 또는 채권으로 보고 있다(상법 제103조). 이러한 규정은 이 사건 영화배급대행계약에서와 같이 자기명의로써 타인의 계산으로 매매 아닌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준위탁매매인(A)에게도 준용된다(상법 제113조).

2) 위탁매매계약인지의 판단기준에 대해서 본다. 위탁매매로 대표되는 주선행위는 자기의 명의로 타인의 계산으로 거래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상판결은 명의와 계산의 분리를 본질로 하는 위탁매매의 구별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어떠한 행위가 위탁매매계약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명칭 또는 형식적인 문언을 떠나서 그 실질을 중시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의 판시는 이러한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3) 위탁물의 귀속에 대해서 본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영화배급대행계약의 주선행위로서의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여, 위탁물의 귀속에 관한 상법 제103조를 적용하고(상법 제113조, 103조), 부금채권에 대하여 ‘위탁자(X)의 권리’를 ‘준위탁매매인(A)의 채권자(Y)의 권리’에 우선시키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는 상법 제103조의 입법취지에 충실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위탁자와 위탁매매인의 채권자간의 관계에 있어서 위탁자를 언제나 우선시킬 필요성이 있는지는 고민해 볼 문제이다. ‘위탁매매인의 채권자’가 선의로 위탁물상에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비록 선의취득의 요건을 구비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이익이 부당하게 희생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 취득의 대상이 채권이어서 일반적으로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외관이 중시되는 대규모의 거래에 있어서는 위탁자에게 열위하는 ‘위탁매매인의 채권자’의 범위는 가능하면 좁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Ⅲ.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의 판단기준 (대판 2011.5.13., 2010다94472)(다른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인격부인론의 법리가 적용)

1. 사실관계

X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분권자이고 A회사는 아파트 시행회사이다. X는 이 사건 지분을 양도하면 그 대가로 신축할 아파트 1세대를 분양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그 지분을 A회사에게 양도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토지와 사업권은 A회사, B회사, C회사를 거쳐서 Y회사 앞으로 양도되었고, A회사는 부도가 발생하였다.

X는 Y회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등을 제기하였다. X는 Y회사의 대표이사인 甲이 A회사, B회사, C회사, Y회사를 모두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A회사의 X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Y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추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3. 평석

법인격부인론에 대한 판례이다. 대상판결은 법인격부인의 법리는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법인격이 남용된 회사를 말한다)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존회사의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Ⅳ. 비상장회사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에 있어서 상법 제340조의4에 규정된 ‘2년 재임기간’이 강행규정인지 (대판 2011.3.24., 2010다85027)(스톡옵션 부여에 요구되는 상법 제340조의4의 ‘2년 재임기간’ 요건은 강행규정)

1. 사실관계

원고는 2002.2.28. 피고회사의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행사가격 주당 600원, 행사기간 2005.3.1.부터 2012.2.28.까지로 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원고는 2003.3.25. 피고회사에서 퇴직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였다. 원고는 2008.9.경 피고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계열사로 이직한 것이고 상법상 재직기간 요건은 임의규정이므로, 피고회사는 스톡옵션계약에 따라서 주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에서 규정하는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있어서는,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퇴직하게 되었더라도 퇴직일까지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의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위 조항에 따른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다. … 정관이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서도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3. 평석

1) 비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은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요건으로 ‘2년 이상 재임’ 요건만 규정하고 귀책사유 없는 퇴임 등에 대하여 예외규정을 두지 있지 않다. 이는 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542조의3 제4항이 ‘2년의 재임요건’과 더불어 귀책사유 없는 퇴임의 경우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하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상법 제542조의3 제4항, 동법시행령 제30조 제5항). 이와 관련하여 피고회사와 같은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도 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542조의3 제4항을 준용하고, 이 사건과 같이 귀책사유가 없는 퇴임의 경우에 있어서 ‘2년의 재임기간’ 요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2) 결론부터 말하면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에서 규정하는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542조의3 제4항을 준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상법 제542조의3 제4항은 구증권거래법 제189조의4 제5항이 폐지되면서 상법에 이전된 조항이며, 상장법인에 대한 정책상의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법조문상으로도 상법 제340조의4와는 달리, 상법 제542조의3은 2년의 재임을 요건으로 하되 귀책사유가 없이 퇴임한 경우를 예외사유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 조항의 입법취지, 법조문 등의 상위성에 비추어 볼 때, 비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340조의4와 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542조의3는 구분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이원설). 다만,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사유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입법론상으로는 양자의 기준을 통일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3) 위와 같이 비상장법인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있어서 상법 제542조의3을 준용하기 어렵다고 하여도, 회사가 정관에 예외규정을 두어서 귀책사유가 없이 퇴임한 경우에는 2년 이내에 퇴임한 경우에도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를 허용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이는 비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상법 제340조의4의 ‘2년 재임기간’ 요건이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의 문제이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을 구분하는 입법연혁이 명백하고, 법조문의 규정형식이나 체계적인 차이가 뚜렷하며, 귀책사유 없이 해임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통해서 손해보전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의 ‘2년 재임’ 요건은 강행규정으로 볼 것이다. 따라서 정관 등에서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Ⅴ. 회사의 금융지원으로 제3자가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경우,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는지 (대판 2011.4.28., 2009다23610) (회사의 금융지원은 그 손익이 회사에 귀속되어야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

1. 사실관계

A회사(주)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출자하여 B회사(주)를 설립하였다. B회사는 A회사의 주식 250만주를 약 200억원에 매수하였는데, 주식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함에 있어서 A회사로부터 자금을 대여받거나 보증을 받는 등 각종 금융지원을 받았다. B회사는 A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A회사의 주주들은 B회사가 취득한 주식은 A회사의 자기주식에 해당하여 의결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이 행사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개정전상법 제341조는 “회사는 자기의 계산으로 자기의 주식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회사가 직접 자기주식을 취득하지 아니하고 제3자 명의로 회사주식을 취득하였을 때 그것이 위 조항에서 금지하는 자기주식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주식취득을 위한 자금이 회사의 출연에 의한 것이고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이 회사에 귀속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 그런데 위와 같은 사실관계만으로는 B회사가 주식인수대금을 마련한 것이 A회사의 출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 주식취득에 따른 손익이 A회사에 귀속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사례는 상법 제341조가 금지하는 자기주식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평석

1) 회사(A)의 금융지원에 의한 제3자(B)의 주식취득이 회사(A)의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에 관해서는 긍정설,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으나, 일률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제3자의 주식취득 경위 및 회사와의 관계 등을 살펴본 후 제3자의 주식취득으로 인하여 자기주식 취득과 같은 폐해가 나타나는지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B회사의 주식취득자금이 A회사의 출연에 의하여 형성된 것은 분명하나, 이를 A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으로 보아서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원심과 같이 회사(A)의 금융지원에 의한 제3자(B)의 주식취득을 모두 회사(A)의 자기주식 취득으로 보게 된다면, 차입매수(LBO)와 같이 일반적으로 유효성이 인정되는 금융거래기법은 모두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A회사 경영진의 행위는 배임죄, 이사의 자기거래, 손해배상 등의 구제수단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이를 일률적으로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으로 보아서는 아니되는 이유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2) 대상판결의 논의는 개정상법(2012.4.15. 시행)하에서도 유효한가? 개정상법은 회사는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상법 제341조 제1항)고 하면서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데, 그렇다면 개정상법하에서도 이 사건에서와 같이 회사가 “타인의 명의로 자기의 계산으로”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상법 제341조는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자기주식 취득의 원칙적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허용되는 자기주식 취득의 범위를 가능하면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개정상법이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회사의 명의와 계산으로 하는 자기주식 취득만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가 “타인의 명의로 자기의 계산으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개정상법하에서도 금지된다고 볼 것이다.

Ⅵ.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매수가격 산정방법 (대결 2011.10.13., 2008마264) (주권상장법인은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

1. 사실관계

A산업(주)은 2004.1.10.자로 회사정리절차를 종결한 주권상장법인이다. A산업은 2004.2.13. 개최된 이사회에서 B건설(주)과의 합병을 결의하고, 2004.3.26.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승인결의를 거쳐 2004.5.6. 합병등기를 경료하였다.

신청인들은 A산업의 소수주주들이다. 신청인들은 B건설과의 합병에 반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을 신청하였다.

2. 결정요지

일반적으로 주권상장법인의 시장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 참여한 다수의 투자자가 법령에 근거하여 공시되는 당해 기업의 자산내용, 재무상황, 수익력, 장래의 사업전망 등 당해 법인에 관한 정보에 기초하여 내린 투자판단에 의하여 당해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되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주권상장법인의 주주는 통상 시장주가를 전제로 투자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당해 주주의 합리적 기대에 합치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원칙적으로 시장주가를 참조하여 매수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

3. 평석

우리나라에서는 주권비상장법인의 주식매수가격산정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판례가 축척되어 있으나,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매수가격 산정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확립된 판례나 기준이 없었다. 대상결정은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주식매수가격의 산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상장법인이 가지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매수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해석방향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비상장법인과 차이를 두지 않고 시장가치,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하자는 견해이다. 이 사건 원심결정이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상장법인의 주식은 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므로 시장주가를 최대한 존중해서 매수가격을 산정하자는 견해이다. 이 사건 대상결정이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상결정에 찬성한다. 일반적으로 주권상장법인의 시장주가는 당해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되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당해 상장법인의 시장주가가 가격조작 등으로 인하여 주식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시장주가가 순자산가치나 수익가치에 기초하여 산정된 가격과 다소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 시장주가가 주권상장법인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Ⅶ. 대표권을 대행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있어서,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대표권의 존부가 아니라 ‘대행권의 존부’를 대상으로 판단 (대판 2011.3.10., 2010다100339)(표현대표이사(대행)에서 상대방의 악의, 중과실은 ‘대행권의 존부’를 기준으로 판단)

1. 사실관계

甲은 2008.10.8. 원고로부터 금 1억 5천만 원을 차용하였다. 甲은 乙 등과 함께 2009.2.18.경 피고회사의 주식 전부를 양수하였고, 甲은 사외이사로 乙은 대표이사로 각 취임하였다. 원고는 2009.7.경 甲에 대하여 피고회사도 위 차용금채무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였고, 甲은 원고에게 ‘피고회사 대표 乙’ 명의로 차용증을 작성하여 건네주었다. 원고는 피고회사를 상대로 대여금청구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는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 경우에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표현대표이사의 ‘대표권의 존부’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리하여 행위를 할 ‘대행권의 존부’를 알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3. 평석

상법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여 제3자와 거래한 경우에 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이 아닌 실제 대표이사 명의로 거래행위를 하는 경우, 즉 대표권을 대행하는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으나, 판례는 이를 일관되게 긍정하고 있다(대판 1979.2.13., 77다2436 등).

양자를 구별할 실익은 표현대표이사가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여 대표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제3자의 악의나 중과실에 대한 판단의 대상은 ‘대표권의 존부’에 있으나, 표현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대행하는 형태의 경우에는 제3자의 악의나 중과실에 대한 판단의 대상은 ‘대행권의 존부’가 된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대표권이 아니라 대행권의 존부가 문제된 사안이므로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표현대표이사의 대표권이 아니라 대행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고, 원고가 甲이 피고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로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할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원고의 악의나 중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상법 제395조의 적용이 문제되는 사안은 통상 상대방이 회사에 표현대표이사의 권한을 확인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할 것인데, 회사에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에게 악의나 중과실을 인정한다면 이는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악의나 중과실을 인정하게 되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법 제395조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Ⅷ. 회사의 분할(분할합병)에서 개별 최고가 필요한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의 의미 (대판 2011.9.29., 2011다38516)(분할합병에서 ‘알고 있는 채권자’에는 대표이사 개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도 포함)

1. 사실관계

A주식회사와 B주식회사는 A회사의 전기공사업, 전문소방시설공사업 부분을 분할하고 분할된 부분을 B회사가 분할합병하면서 서로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기로 정하였다. 그런데 A회사는 A회사 발행약속어음을 소지하고 있는 C에게 개별 최고를 하지 않았다. C는 A회사와 B회사를 상대로 어음금청구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에서 상법 제530조의9 제4항, 제527조의5 제1항에서 정한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한 개별 최고’를 누락한 경우, 수혜회사와 분할되는 회사는 채권자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진다.

2)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에서 상법 제530조의9 제4항, 제527조의5 제1항에 따라 개별 최고가 필요한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는 회사의 대표이사 개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도 포함된다.

3. 평석

현행 상법은 회사의 분할합병에 있어서 채권자의 보호를 회사의 ‘공고 및 개별적 최고’의 방법으로만 하고 있다(상법 제530조의9 제4항, 제527조의5 제1항). 그러나 공고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현행 상법의 규정들은 채권자 보호장치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분할합병후에 거액의 우발채무가 등장한다면 채권자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 회사의 분할합병에 있어서 채권자에게 불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개별적으로 최고하여야 할 ‘알고 있는 채권자’의 의미와 범위를 가능하면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회사가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채권자를 용이하게 알아낼 수 있는 경우도 ‘알고 있는 채권자’에 포함시키고, 그러한 채권자에 대한 통지나 보호절차를 소홀히 하면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피분할회사(A)가 어음을 발행한 것이 분명하다면, 회사는 채권자인 어음소지인을 찾아서 합병 통지를 하고 어음소지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한다. 만일 어음이 전전유통되어서 그 소지인을 알기가 어렵다면 향후 상환의무를 부담할 잠재적 채무자인 배서인이나 수취인 등에게 합병사실을 통지함으로써 적절한 보호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분할합병을 하는 회사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한 통지를 누락하였다고 보거나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분할합병 등에 있어서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대상판결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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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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