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1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2) 상법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I. 민사 판례

1. 유방암 수술과 신뢰의 원칙 (2011. 7. 14. 선고 2009다65416 판결)

(1) 사건개요

甲 대학병원에서 환자 A에 대한 유방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으로 확정 진단을 하였는데, A가 乙 대학병원에 다시 가서 의뢰하면서 甲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재한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하여 乙 병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종양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甲 병원에서 A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등을 각 대출받아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甲 병원 병리과 직원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A의 라벨을 부착하여 검체가 뒤바뀐 사실이 밝혀졌다.

(2) 판결요지

乙 병원의 의사에게, 甲 병원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A로부터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甲 병원에서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평석

이 판례는 동급병원 사이 전원이 있었을 때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여 후속 병원 의사의 과실을 부정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즉 甲 대학병원의 검사 결과를 제출 받은 乙 대학병원은 문진 촉진 시진 방사선 검사 등을 실시하여 보고 이를 신뢰하여 더 이상 침습성이 강한 조직검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조직검사 방법이 침습적이라서 환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는 점, 조직검사 슬라이드에 라벨을 잘못 붙여 뒤바뀌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여 의사의 주의의무를 제한한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2. 한약처방과 설명의무 (2011. 10. 13. 선고 2009다102209 판결)

(1) 사건개요

A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서, 병원에서 경구용 혈당 강하제와 혈관계통 합병증 예방약을 처방 받고 복용해 오다가 한의사 甲으로부터 한약 복용을 권유 받고 그로부터 한약을 처방 받아 복용한 후 전격성 간부전에 이르러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한약은 간손상의 원인이 될 만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甲은 그 위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2) 판결요지

의약품의 위험성이 발현되는 구체적 기전보다는 위험성의 존부가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이므로,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을 뿐 위험성의 구체적인 발현기전이 밝혀지지 아니한 단계에서도 의사로서는 환자에게 해당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고, 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약의 위험성이 한약의 단독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의사가 환자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행위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고,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3) 평석

이 판결은 한의사에게도 설명의무가 있고, 설명의무의 범위에는 한약의 단독작용뿐 아니라 양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포함됨을 확인하여 주었다. 의사가 양약을 투여하는 경우와 같이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설명의무는 진료행위에 부수되는 것이지 진료행위 자체는 아니므로, 면허의 범위와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므로 의사와 관련되는 부분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나, 한약과 양약의 복용과 상호작용으로 위험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역시 자신의 면허범위에 따른 위험성 등에 대하여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이 뒤따른다.

3. 응급의사의 주의의무 (2011. 11. 10. 선고 2009다45146 판결)

(1) 사건개요

A는 간헐적인 복통과 구토 증세로 甲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장폐색 및 폐울혈 소견을 보였다. 甲 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00경 혈중 칼륨농도 등을 알기 위해 A에 대하여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였고, 5월 25일 01:20경 위 결과를 통해 고칼륨혈증을 확인한 후 인슐린과 포도당을 투여하였으나, A는 01:20경 호흡이 정지되었고, 04:25경 사망하였다.

(2) 판결요지

甲 병원 의료진에게 고칼륨혈증 및 폐부종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고칼륨혈증 및 폐부종은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응급질환으로서 즉시 치료되어야 하며, A가 사망 당시 중증 패혈증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甲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A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과실과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3) 평석

응급환자의 경우 그 긴급성으로 인해 의사에게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특히 응급실에서의 주의의무의 판단에는 시간적인 요소가 엄격하게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 판례는 고칼륨혈증의 응급성 및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응급혈액검사를 통한 고칼륨혈증의 확인시간이 통상 1시간 이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甲 병원 의료진에게는 고칼륨혈증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의료진이 요구되는 검사와 처치를 다한 경우에도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처치하지 않은 과실을 이유로 지체책임을 묻을 수 있다는 것이다.

II. 형사 판례

1.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1) 사건개요

의료인 A는 甲의 남편인데, A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후 乙 등을 고용하여 乙에게 명의를 이전하고, 甲에게 병원의 재정 및 운영을 위임했다. A는 甲으로부터 이혼하자는 말을 들은 후, 乙에게 병원의 사업자명의를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거부당했고, 甲은 A에게 병원의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 판결요지

甲이 일정 시점부터 남편 A를 배제하고 병원 운영을 계속하면서 수익금을 독점하였다 하더라도, 당초 A가 개설 운영하던 병원의 의료시설 및 의료진을 甲이 인수하거나 새로 구비하고 개설자를 변경하여 실질적으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평석

이 판결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문제로 그 해당 여부가 쟁점이다. 사무장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로서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자를 총칭하여 쓰이고 있다. 원심은 甲이 비의료인이므로 그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개설자로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종전 개설자와 단절된 새로운 운영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추가로 판단하여, 甲이 A와 운영상 단절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의료인과 비의료인 사이에 혼인관계 파탄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개재한 점을 의료법 위반의 점과 분리하여,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법리를 명백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

2. 구급차 동승 의료인의 산소잔량 확인의무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1) 사건개요

병원 인턴인 甲은 응급실로 이송되어 온 익수환자 A를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구급차에 태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산소 공급이 중단된 결과 A를 폐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2) 판결요지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A에 대한 앰부 배깅(ambubagging)과 진정제 투여 업무만을 지시 받은 인턴 甲에게 일반적으로 구급차 탑승 전 또는 이송 도중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는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평석

결국 인턴은 구급차 산소통의 관리주체가 아니라고 본 판결이다. 보라매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판례는 인턴의 주의의무와 관련하여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지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주고 있다. 이 판례에서는 인턴의 주의의무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의사의 주의의무와 관련하여 구급차 산소통 등의 관리주체를 인턴이 아닌 누구(응급구조사 또는 응급차량 운전자 등)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인턴이 응급구조차량을 항상 관리하며 이송업무에만 전념하는 경우라면, 인턴에게 산소잔량 확인의 주의의무가 인정되리라 생각한다.

3. 봉침 시술과 아나필락시 쇼크 (2011. 4. 14. 2010도10104 판결)

(1) 사건개요

한의사인 甲은 A에게 문진하여 ‘과거에 봉침을 맞았으나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A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와 봉침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환부에 봉침시술을 하였다. 그런데 A는 甲에게 시술을 받은 직후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었다.

(2) 판결

甲에게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 및 약 12일 전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A를 상대로 다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A가 투여한 봉독액 양이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사용되는 양과 비슷한 점, 아나필락시 쇼크가 봉독액 투여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 등에 비추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과 A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A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침시술을 받아왔고, 봉침시술로 인하여 아나필락시 쇼크 및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발생빈도가 낮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甲이 봉침시술에 앞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A가 반드시 봉침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甲의 설명의무 위반과 A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3) 평석

이 판례는 한의사에게 과실 및 인과관계에 있어 의사와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과실과 상해사이, 설명의무 위반과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며 甲의 무죄를 인정하였다. 즉 대법원은 甲에게 설명의무가 있으나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설명의무를 다한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여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식으로 원심의 논거를 강화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과연 봉침시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인정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4. 한의사의 X-선 골밀도측정기 사용(2011. 5. 26. 2009도6980 판결)

(1) 사건개요

한의사인 甲은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선 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하여 환자들을 상대로 성장판검사를 하였는데, 이것이 구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2) 판결요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설치운영에 관한 구 의료법 제37조 제1항과 구 의료법 제37조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의 제1항 [별표 6]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의 ‘의료기관’에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甲이 측정기를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검사를 한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로서 甲에게 유죄가 인정된다.

(3) 평석

의료법상 한의사는 의사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사는 한의사의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한의학과 의학의 진료 기술 및 방법이 서로 근접해지면서 양자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힘들어지고 있고,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이 판례는 그 대표적인 예로서 X-선 골밀도 측정기 검사는 한방의료행위가 아닌 의학의 영역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로 인식되어 온 침술과 유사한 IMS 기법에 의한 시술을 의사가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가 있다.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 ‘근육자극에 의한 신경근성 통증치료법’ 또는 ‘근육 내 자극치료’)는 통증을 단지 기존의 물리치료 방법을 통해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침’을 이용해 근육과 관련 조직을 자극함으로써 치료하려는 방식이다. 의사로서 침을 이용한 한방의료행위로서의 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1개월 15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 받은 의사가 의료행위인 IMS시술을 했다며 해당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침술행위의 자침방법”과 차이가 없는 한방의료행위인 침술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처분의 취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고(대판 2011. 5. 13. 선고 2007두18710), 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11. 10. 11. 선고 2011누16928)과 재상고심(대판 2012. 2. 23. 선고 2011두27889)에서 각각 원고의 항소 및 상고가 기각 되었다. 비록 이 판례는 원고가 시술한 치료행위가 IMS시술이 아닌 한방의 침술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위 처분을 인용하면서도, IMS시술 자체가 의학 및 한의학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서로의 영역다툼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나,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그 한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III. 행정 판결

1. 방문진료와 요양급여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1) 사건개요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甲 의료법인은 소속 의사로 하여금 사회복지시설을 1주에 1, 2회 방문하여 환자들을 진료하도록 한 후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 등으로 청구하여 지급받았다.

(2) 판결요지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료인은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하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환자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에 응하여 이루어지는 진료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甲의 위 방문 진료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밖에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사회복지시설에서 진료 후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등을 청구한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등을 위반한 행위이다.

(3) 평석

의료법상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만성 환자에 대한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원에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설에도 치료를 요하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약자 등이 있으므로 요양급여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공단체가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시설을 개설하는 경우가 그러하다고 보인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3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에 의료기관 밖의 의료업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안전관리와 의료인의 책임있는 진료를 위하여 방문요양급여에 대한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IV. 헌법 재판소 결정

1. 의료광고 (2011. 02. 24. 2010헌마180)

(1) 사건개요

甲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홈페이지에 지방흡입술에 관하여 ‘저희 00지방흡입클리닉에서는 가장 최신의 제5세대 방식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워터젯 지방흡입술에 대한 수백회의 시술경험, 그리고 수술 후 체계적인 사후관리프로그램으로 최상의 몸매를 되찾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였고, 검사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甲에 대하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이에 甲은 위 기소유예처분이 甲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甲이 병원 홈페이지에 지방흡입술에 관하여 게재한 광고 중 ‘가장 최신의 제5세대 방식’이라는 문구는 甲만의 특정된 기능이나 진료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지방흡입술 방식 중의 하나인 워터젯 방식(WAL)을 설명하는 것이고, 그 효과를 보장하거나 장담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치료 효과를 오인시켜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혐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검사가 이에 대하여 좀 더 밝혀 보지 아니한 채 의료법위반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수사미진 등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甲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3) 평석

헌법재판소는 위 광고가 치료 효과와 무관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소원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광고의 실질적인 의미를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의료광고는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는 물론 환자의 합리적인 선택권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의료서비스 소비자가 당해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두21345 판결). 한편 검사가 행한 기소유예 처분에는 유무죄의 판단을 포함하고 있고, 甲으로 하여금 면허정지 및 업무정지와 관련된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도 타격을 주므로, 우선적으로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와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등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구사’ 자격이 없는 ‘침사’의 뜸 시술행위 (2011.11.24. 2008헌마627 결정)

(1) 사건개요

甲은 침사 자격만을 소지하였음에도 구사의 시술행위를 하여 검사로부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에 甲은 위 기소유예처분이 甲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甲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취소결정을 선고하였다.

다수의견은, 뜸 시술행위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는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려운데다가 뜸이 甲과 같은 침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그 위험성은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큼 적고, 오랫동안 새로운 구사가 배출되지도 않고 甲을 비롯한 침사에 의한 뜸 시술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것은 적어도 침사에 의한 뜸 시술행위에 대하여 사회 일반에서 이를 일종의 관습으로 인정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는바, 침사로서 수십 년간 침술과 뜸 시술행위를 하여 온 甲의 뜸 시술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검사가 甲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수사와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甲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은, 뜸 시술행위 자체에 의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고, 침사라고 하여 당연히 뜸도 제대로 뜰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甲은 과거에 구사자격을 취득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본인 스스로 구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채 자격 범위를 넘어 뜸 시술행위를 한 것이고, 뜸 시술행위를 함에 있어서도 새로운 뜸 시술방법을 창안하여 특정 경혈에 특정 크기의 뜸을 시술하는 방식으로 뜸을 시술하였는바, 甲의 뜸 시술행위는 의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평석

이 사건 결정은 침사 자격을 가진 자가 구사 자격이 없음에도 오랫동안 뜸 시술행위를 하여 온 甲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甲의 뜸 시술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수지침 시술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한 바 있고(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이 사건 결정 역시 같은 법리를 인용하였다.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침습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이 사건 결정은 甲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면허를 받은 행위 이외의 행위를 할 때 그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이며 구체적인 판단을 요한다. 헌법재판소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점차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결정이 앞으로 무면허 의료행위의 규제 완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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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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