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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의 법적 성격

 

▶ 이 칼럼은 2003. 2. 10일, 17일 보험신보 [기획/분석]란에 실린 것을 발췌한 것임.


강 형 구 변호사


■교통사고와 형사합의
교통사고 중 사망사고나 신호위반 등 10대 중과실사고를 내면 가해자는 피해자나 유가족들과 형사합의를 하려고 한다.
이때는 보통 형사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지불한다.
이렇게 형사합의를 하는 이유는 구속 직전에는 구속을 면해보려고, 이미 구속됐다면 구속에서 풀려나려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형사처벌을 덜 받으려는 데 있다.
형사 합의금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사망사고는 1000만원~3000만원, 상해사고는 치료기간 1주당 50만원~70만원정도 비율로 합의를 보고 있다.
한편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교통사고 피해자는 형사합의와는 별도로 보험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게된다.
이때 돈을 내주는 보험회사는 형사합의금은 손해배상금을 줄이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보험회사에서는 손해배상금에서 형사합의금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이 형사합의금 공제는 사실 법률적 근거가 처음부터 문제가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쟁이 생겼으나 결국, 대법원은 보험회사 손을 들어주었다(대판 1988.5.24.선고 87다카3133). 형사합의금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이므로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배상을 하게되는 보험회사는 이를 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보험사로서는 대박이 터진 것이다.
90년대를 돌아보면 사망사고만 한해에 1만 건 이상 발생하였다. 사망사고 형사합의금을 평균 1000만원이라 잡아도 연간 사망사고만 모두 1000억 원쯤 합의금으로 지급된다. 이 돈 중 상당한 돈이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할 때 공제돼 매년 보험회사 수익금으로 쌓이게 됐다. 사망사고외에도 신호위반등 중과실사고, 뺑소니 사고등도 형사합의를 해야하므로 형사합의금으로 수수되는 돈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고 그에 따라 보험사에 떨어지는 돈도 엄청날 것임은 자명하다.


필자가 변호사를 개업한 것은 1993년초이다.
그 당시 변호사들은 교통사고 손해배상소송을 많이 수임하였다. 필자도 이 교통사고 소송을 많이 하였는데, 법원에서 판결이나 조정시에 형사합의금을 공제하고 나머지만 피해자에게 주라고 선고나 조정을 했다. 처음 그런 판결이나 조정을 접했을 때 아니 형사합의금을 왜 공제한담 하고 의아하게 생각을 했다. 지금이야 일상사가 돼 조금도 이상하지를 않지만 처음에는 필자의 법 관념하고는 맞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형사합의금 공제는 보험회사에게는 그만큼 이익을 가져다 주고 또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감경받아 좋지만 피해자 쪽에서 볼 때 형사 합의금을 받아봐야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그만큼 깎이게 되니 불이익이 크다.
그래도 당시 많은 사람이 형사합의를 순순히 해줬던 것은 보험 회사로부터 형사합의금을 깎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대로 합의를 해줬던 것이다. 만일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 형사합의 해줄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사람이 형사합의금을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형사합의금 만큼 보상에서 깎여 보험사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을 알게되면 과연 몇이나 합의를 해줄까.


■가해자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금 돌려받기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게된다.
과연 보험회사에서 그 돈을 챙길 수 있는 돈일까. 교통사고 보험은 피보험자가 타인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합의금이 재산상 손해라 하여 공제를 해서 돈이 남게되면 그것은 보험사가 가질게 아니라 피보험자에게 돌려주어야 논리적으로 맞다. 피보험자가 바로 가해자인 것이다.
어느 시대나 뭔가 사리에 맞지 않으면 용감히 맞서 싸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에서 가해자 편을 들어주었다. 이게 1993년 경이다(대법원 93가단 30112판결).
이렇게 되자 피해자에게 준 형사합의금이 보험회사를 거쳐 다시 가해자 손에 들어왔다.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건 가해자가 자기 형사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하여 내준 형사합의금이 한바퀴 돌아 자기에게 다시 돌아왔다. 가해자는 형사 처벌 덜 받은데다 형사합의금 까지 돌아왔으니 횡재한 셈이다.
피해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그래도 형사합의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이런 대법원 판례를 알고는 가해자에게 형사 합의금을 보험회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고 상담해 주면 십중팔구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일반인의 법 감정에 맞지를 않는 것이다.


■형사합의금 법적성격


◈대법원 판례입장
형사합의금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 학설이 없고 오로지 법원이 교통사고 보상금에서 이를 공제해줄 근거를 판결로서 밝히고 있을 뿐이다.
위 대법원 판결(87다카 3133)에 의하면 합의당시 지급 받은 금원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 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원은 손해배상금(재산상 손해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하여 대법원은 형사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금으로 보고 있다.
그 뒤에 선고된 91다 18712, 94다14018, 95다 8850 판결도 모두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위자료라고 명시했다면 위자료이고, 그런 명시가 없다면 재산상 손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재산상 손해배상금에 대한 비판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형사상 합의금을 재산상손해배상금이라고 한 점은 문제가 있다.
△돈 수수 당시 당사자 의사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나 그 유족이 형사합의를 할 때 무슨 의사로 돈을 건네는 것일까.
형사합의금으로 돈을 준다고 할 때 망인의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형사합의금을 건네는 것일까. 아니면 가해자가 구속됐다면 구속에서 빨리 풀려나기 위하여, 구속직전이라면 구속을 면해보기 위하여, 또 구속됐건 그렇지 않건 재판에서 형량을 낮추거나 벌금정도로 선고받기 위하여 형사합의를 하는 것일까.
전자보다는 후자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면 확연히 들어난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어도 사망사고나 10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다쳤어도 심지어 식물인간이 됐어도 가해자가 병문안 조차 안 오는 게 우리나라 교통사고 현실이다. 형사합의금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라고 한다면 사망사고보다 더 재산상 손해가 큰 식물인간사고라면 조금이라도 돈을 건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망이나 10대 중과실 사고를 범하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않으므로 형사합의를 하지 않는다. 즉 가해자의 형사합의 수수의사는 오로지 형사처벌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하겠다는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 모순된 사실관계
이미 서두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형사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의 일부로 보고 있으므로 보험회사는 피해자에게 손해액 보상시 이를 공제하고 또 가해자는 보험회사에 공제된 돈을 돌려달라고 하여 결국은 형사합의금은 가해자 손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해자 손으로 다시 돌아올 바에야 뭐 하러 돈을 주고 형사합의를 할 필요가 있는가. 바로 이 모순이 형사합의금은 재산상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 보험사 배당금 지급 뒤의 형사합의 수수
현실에서는 보험회사가 손해 보상이 끝난 뒤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형사합의를 하고 형사합의금 수수도 있을 수 있다. 즉 망인 유가족이 보험회사로부터 1억원을 보상해 갔는데 그 뒤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주고 형사합의를 한 경우이다. 현실적으로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 이때 보험회사는 유가족에게 2000만원 더 갔으니 부당이득을 청구해야하고 유가족은 이를 반환해야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형사합의금은 순수한 형사처벌에 대한 대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형사합의금이 보험회사로부터 공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부 피해자들은 형사합의금액을 백지로 한다든지, 금액을 크게 줄여서 기재한다든지, 보험회사와 공제하지 않기로 한다고 특약을 단다든지 그밖에 여러 가지 우회적인 행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형사합의를 하면서 유족이나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보험회사에 대한 형사합의금 반환 청구권 양도증서를 받고 있다. 곳곳에서 형사합의금과 관련하여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일은 형사합의금을 보험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을 때 공제받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위와 같은 일들이 형사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합의를 하면서 형사합의금 수수시 가해자나 피해자의 의사는 민사적인 합의나 배상과는 관계없이 형사처벌 불원 의사표시에 대한 대가로 돈이 지급되는 것이다. 즉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표시 즉 순수한 형사적인 돈으로 보면 어떨까 싶다.
이렇게 해석하면 당사자 의사에도 부합국민들 법감정에도 맞으며 채권양도서를 만들 필요도 없고, 보험회사가 이를 공제하여 유가족과 마찰을 빚을 일도 없고,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여 다시 가해자 손에 들어올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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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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