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들어 금융소비자 의식이 강해지면서 금융관련 민원이 증가 추세에 있다.
금융상품은 타 상품에 비해 민원제기 건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소비자의 정보수집력이 향상되면서 금융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관련 민원 중에서 특히 보험관련 민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1년 금융관련 민원발생 건수는 각종 금융상품·안내자료를 포함하여 약
12만건(상담민원 약 9만 6천건, 서류민원 약 2만 4천건)으로 전년대비 약 1만 5천건(14.6%)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로 살펴보면 보험관련 민원이 51.7%를 차지하고, 은행·비은행 관련 민원은 40.4%, 증권·투신 관련 민원은 7.9%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관련 민원제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금융상품의 다양화에 따른 요인도 있을 수 있으나, 소비자주권의 확립에
따른 소비자의 승소율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2001년 접수한 약 1만 3천건의 분쟁 중 약
5천건(38%)에 대해 소비자의 요청이 수용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금융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첫째,
금융·보험과 관련된 문제는 유형상품과 달리 상품 및 거래조건 등을 소비자가 쉽게 판별할 수 없는 구조적 불투명성을 지니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소비자는 일상적인 지식만으로 금융상품의 품질이나 거래조건의 유·불리를 비교, 판단할 수 없으며, 심지어 피해의 존재여부와 원인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계약자유의 원칙과 과실책임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현행 법체계상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금융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과 피해발생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셋째, 최근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금융상품 및 새로운 거래형태가
나타나고 있으나, 금융소비자는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 협상력 결여 등으로 인하여 금융거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정부에서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기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나가는 한편 소비자정책기능도 강화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소비자가 경제구조의 중심이 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소비자대표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며,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는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결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분쟁의 증가 및 정부의 소비자보호정책 강화에 따라 민원발생 건수가 많은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몇 가지 보험회사의 대응책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첫째, 보험회사는 고객지상주의를 기본 경영철학으로 삼고, 나아가 정도경영과 윤리경영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고객지상주의는 기본적으로 고객을 섬기고 우대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최상의 서비스와 최소의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객 불편사항을 없애고 관련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정도경영과 법률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에 준하는 윤리기준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둘째, 고객과 보험서비스공급자간 보험모집에서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및 그로 인한 모집
과정에서의 분쟁 소지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보험가입프로세스에 따른 보험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호주 및 영국 등에서는
보험가입에 대한 프로세스를 세분화하고, 프로세스별로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구체적으로 보험가입시까지
보험중개자가 준수해야 할 규칙과 행동을 보험가입 프로세스별(5단계)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셋째, 소비자의 민원처리 및 서비스요구가
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 내에서 자율적 의사합의기구 활용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불만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소송 단계 이전에 사내 자율적 의사결정기구에 권한을 위임하여 대외적인 협상능력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2003-04-12 한보험신문 신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