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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의 자화상

손해사정사의 자화상

 

 

()한국손해사정사회, 소식지 9월호 발췌 

 

 : 정난이 부회장  

 



 



 

 

우리나라의 현대적 의미의 보험산업은 1960년부터 경제발전의 역사와 함께 고도성장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손해사정제도는 1978년 도입되어 1985년 시행됨으로써 올해로 36년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

나는 1984년 제7회 손해사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손해사정 입문 30년이 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다소의 부침이 있었으나 오로지 한 길을 걸어왔으므로 손해사정사는 내 직업의 전부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전념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음은 손해사정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손해사정사의 자화상으로 직업의 특성과 주요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손해사정사는 정의로운 열정의 직업이다.

손해사정사에게는 필연적으로 문제의 해결이 요구된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이해관계인(의뢰인, 보험사, 의사, 상대방 손해사정사, 민원기관 등)들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요구는 천차만별이며 해결과정의 각각의 요소마다 서로 다른 견해가 늘 상존하지만 스스로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심사숙고와 도전의 용기가 필요하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우리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의 진정성 있는 이해에서 비롯된 인지상정, 측은지심의 마음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뜨거운 열정이라 말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열정은 무한한 책임감을 불러 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전하게 하고 감사하게도 성취감으로 보상된다.

 

손해사정사는 삶을 성숙하게 하는 직업이다.

손해사정사에게는 또한 필연적으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요구된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 특히 의뢰인들과 장기간에 걸쳐 대면하여야 하고 그들의 손해를 현실의 제도에 맞도록 적절한 대응을 하여야 한다.

이 과정은 상호 교류가 충분하지 않게 되면 객관적 성과에 관계없이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므로 손해사정사는 고도의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부족하거나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일들이각종 난관에 부딪칠 때는 엄청난 중압감과 분노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게도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을 대처하다 보면 세상과 사람들에 관하여 더욱 폭 넓으면서도 심도 있게 생각하게 되고, 신중한 판단과 슬기롭게 행동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조절능력이 생기게 되어 경험이 쌓일수록 그만큼 내 삶이 겸손하고 성숙해 짐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직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손해사정사의 직업은 불안정 하다.

그 이유는 시스템의 결여이다..

 

즉 손해사정사의 독립적인 지위와 업무의 범위가 모호한 법률적 결함으로 인해 직업윤리에 따른 준법의식의 결여와 맞물려 수시로 법률적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한다.

동일한 업무과정을 수행했는데도 보는 주체와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누구든 같은 사안으로 위법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정성은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왜냐하면 손해사정사의 모호한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적 저촉여부를 가리기 위해 당사자들은 물론 전체 손해사정사들이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소모를 하고 있고 매번 같거나 유사한 위법시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명백한 이유 없이 이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속되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전체 손해사정업이 위축되어 손해사정사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상실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법률적 불비는 제도의 도입취지인 손해사정사에 의해 손해액 및 보험금이 결정되어야 하는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고용, 위탁, 독립손해사정사의 종사 형태에 따라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구조이고, 업무수행의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규범을 제시하지 못해 손해사정사의 도덕적 양심을 지키기 어렵다..

 

현재의 보험금 결정과 지급에 의한 시스템에서는 고용손해사정사는 소속 보험사, 위탁손해사정사는 위탁 보험사나 그들의 직원, 독립손해사정사는 상대방 보험사나 상대방 손해사정사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적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해당 보험회사의 지침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는 결과로 이어져 공정한 손해사정을 불가능 하게하고 손해사정제도를 옹색하게 만들어 손해사정사들이 부지불식간에 직업적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원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의 명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보험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보험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도입된 손해사정제도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없으며 손해사정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불완전한 자격사로 남게 될 처지에 있다.

이제 손해사정제도도 소비자시대라는 보험시장의 변화에 걸맞게 당연히 변화하여야 한다.

보험 소비자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대우 받기를 원할 것이다.

지난 36년의 손해사정제도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났던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보험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므로 정부, 감독기관, 보험사, 손해사정사 모두의 당면한 과제로 삼아 시급히 개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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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kicaa 관리

등록일2014-12-23

조회수18,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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