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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동차보험제도에 관한 소회(素懷)

 

나해인(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 수석부장)

자동차대수가 600만대를 넘어선 직후인 15년 전의 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3.8%로 최고조에 달하고 자동차보험료 인상문제가 현안이 되었을 때이다. 다른 나라의 자동차보험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세계 각국의 보험료를 시산해보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 우리나라 보험료 수준은 평균보다 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잠시나마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수준도 봐 줄만한 수준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보험료수준은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평가요소중 하나이다. 하지만 단지 자동차보험료 수준만을 비교하여 해당 국가의 자동차보험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또는 손해율)는 교통안전시설, 교통법규 준수 등의 운전자 성향, 자동차의 성능 및 자동차보험 보상제도와 요율체계 등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제도개선이 현안으로 대두될 때면 어김없이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외국의 사례가 언급되곤 한다. 그 중 일부는 제도개선에 반영되고 일부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나라마다 사회보장 제도, 관습 및 법체계 등이 다르고 여기에 자동차보험 제도가 맞추어가기 때문에 특정 제도의 일면만을 보고 제도를 평가,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고에서는 우리와 상이하게 운영하는 외국의 자동차보험제도 중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할 몇 가지 사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자동차보험에서 피해자 구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료비에 관한 사항이다. 대부분의 선진 사회보장 국가에서는 조세재원을 이용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비의 환자 부담분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의료수가(酬價)와 자동차보험 수가라는 이원적 가격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별 건강보험 재정 등을 고려하여 보험회사에서 약재비나 치료비의 일부를 부담하는데 영국의 경우 약 85%, 독일의 경우 약 50%, 호주, 캐나다의 경우는 건강보험 초과분에 대해서 자동차보험이 보상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기타 국가에서는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먼저 치료비를 지불하고 자동차보험회사에 구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자동차사고로 인한 치료비보상 시스템이다.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다음은 손해배상 법체계를 전환시킨 자동차배상책임보험의 운영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동차 사고 시 자신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타인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는 체계이다. 반면에 사고에 대한 과실여부 및 책임소재를 불문하고 자기가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자동차의 사용 또는 작동 중의 사고로 입은 신체손해를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70년대 초반에 도입된 후자의 제도는 소위“No-Fault”라고 불리는 무과실책임보험제도이다. 그 이전에는 모든 국가에서 과실 책임에 입각한 배상책임제도를 운영했다고 한다. 당시 자동차사고시에 변호사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한 소송의 남발과 과실입증과 관련된 분쟁으로 보상종결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이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에 따른 보험금지급의 지연과 보상금액 불충분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법률개정을 통해 일정 한도까지는 소송제기를 금지하고 상대방 과실과 상관없이 본인이 가입한 회사에서 보상을 받는 No-Fault 제도가 탄생한 것이다.
즉, 도로상에서 타인의 과실로 인한 자동차사고로 자신이 상해를 입고 자신의 자동차가 파손되었을 경우,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치료비와 자동차 수리비를 청구하고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신속하고 확실하고 효율적인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이 제도는 시행하는 국가나 지역별로 운영방식이 상이하다. 인신 손해에 국한하는 방식과 물적 손해까지 대상으로 하는 방식으로 구별되고 일정 손해금액이나 일정 부상등급 이상의 경우에는 소송제기를 허용하는 경우와 그러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구별된다. 현재 No-Fault제도는 미국의 23개주와 캐나다, 북유럽, 오세아니아 주 및 이스라엘, 대만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동 제도의 도입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배상책임 법리를 전환해야하는 법률개정의 어려움과 소송제한 등의 필수 요건에 대한 시장참여자의 이해득실에 따른 파장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동 제도에 대한 일부 학자들의 반대논리에도 귀 기울려야 할 사안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분쟁해결비용 감소와 보험금 신속지급의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보험업계 자체적인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 운영도 이러한 제도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무과실책임보험제도에 있어 소송제기권리에 대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교통사고로 인한 비용낭비를 줄이려는 소관당국과 정치권의 노력만큼은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율제도 중 위험분류에 관한 것이다. 자동차보험 운영목적은 자동차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가해자의 경제회복에 있고 보험회사 측면에서는 적정한 위험분류와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엄밀한 인수심사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중 위험분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 감독당국에서 인종, 종교, 색깔, 국적을 사용금지하고 기타 항목에 대해서도 차별근거의 수리적 입증을 전제로 허용되는 감독이 엄격한 부문이기도 하다. 위험분류의 전형으로는 차종, 용도, 나이, 성별, 지역, 차량모델, 사고경력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분류는 동질의 위험 집단을 세분화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가격을 책정함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의 이점과 위험도 차이에도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함으로써 발생하는 계약자간 보험료 보조의 불공평성을 해소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요즘 미국에서 개인의 신용도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차별화가 이슈로 되고 있다. 학업성적, 직업 및 산재보험 가입여부 등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나라도 있고 심지어 당뇨병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는 보험회사도 있다. 지정병원에서 치료하거나 차량 수리 시 재생부품 사용을 조건으로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자기부담금을 차별하는 경우도 있다. 타당한 경우도 있고 일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려 하지 않는다. 지역별 위험도 차이가 현격하고 이에 따른 부당한 보험료 보조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런 재촉도 없이 모든 지역의 위험도가 같아져 지역별 차등화 필요성이 없어질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2008-02-01 보험개발원 전문가컬럼


※ 위 내용은 우리회와 의견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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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06-10

조회수2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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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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